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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이 노래를 들었지

Naim Muso Qb


김현우

 

헤어지자고 먼저 말한 건 내가 아니었다. 집에 있는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먼저 말한 것도 내가 아니었다.

‘거기 내 트렌치코트 없어? 아무리 찾아도 없네.'

매몰차게 헤어지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집에 놓고 간 트렌치코트를 갖다 달란다. 봄에 입으라고 기껏 사줬더니 봄이 오자마자 헤어지자고 한 게 누군데.

‘있어. 와서 가져가.’
‘싫어.’
‘그럼 집으로 갖다 줘?’
‘네가 여길 왜 와. 퀵 으로 보내.’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착불로 보내 버릴까? 그때, 내 눈에 요 며칠 먹통이 돼버린 스피커가 보였다.

‘나도 너한테 받을 거 있는데, 카페에서 봐, 그럼.'
‘뭐?’
‘그 네모난 스피커 있잖아… 뮤조 Qb.'
‘아….’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트렌치코트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겠지.

‘알겠어. 그 카페에서 봐, 그럼.’

그녀와 헤어지고 이상하게 일들이 쏟아졌다. 남들은 이별의 상처를 일로 달랜다고 하는데, 일이 많으면 헤어진 여자친구 따위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는 헤어진 여자친구 때문에 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만사가 귀찮았다. 술에 취해 그간 듣고 있던 오디오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앰프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한 달 가까이 제대로 음악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30킬로가 넘는 저 앰프를 들고 수리점으로 득달같이 달려 갔을 텐데, 만사가 귀찮아 어디가 고장 났는지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귀차니즘에 몇 번인가 생각했다. 그녀 집에 두고 온 뮤조 Qb가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나는 가끔 그녀 집에 뮤조 Qb를 가져가 음악을 들으며 함께 누워있고는 했다.


‘저 조그만 녀석이 300W나 된대.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무선으로 벅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타이달도 들을 수 있고 웬만한 음악파일 USB에 담아서 다 읽을 수 있지. 진짜 대단하지 않냐?’

‘난 그냥 예뻐서 좋아. 게다가 우리 집 벽지 색깔이랑 딱이다. 아, 그런데 나 다음달에 도배 새로 할 건데. 그러면 안 어울리겠다.’

‘그릴 색깔 바꿀 수 있어. 벽지 바꾸면 맞춰서 사줄게.’



그녀는 그랬다. 생긴 게 예뻐서 좋다고,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면 마치 공중에 붕 떠있는 것 같아 신기해서 좋다고. 무엇보다 값비싼 수입 자동차에 들어가는 카 오디오를 만드는 회사라니까, 있어 보여 더 좋다고. 우리는 그녀가 듣고 있던 컴퓨터 스피커를 가차없이 버렸다. 어쩐지 그 이후로 그녀는 짜증도 줄고 나한테도 잘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 좋은 소리란 좋은 마음을 만들어주지. 결국 헤어지긴 했지만.

‘시간을 좀 줘.’
‘무슨 시간?’
‘아무튼, 내일은 안 되겠고 내가 연락할게.’

그녀는 우리의 거래 날짜를 미뤘다.


일주일이 지나 우리는 만났다. 늘 만나던 카페에서. 나는 늘 그랬듯 약속시간 보다 늦었고 그녀는 늘 그랬듯 날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뮤조Qb를 올려놓고서. 카페에 들어갔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같이 듣던 ‘The Boy Least Likely To’의 가 나오고 있었다. 카페 오디오가 아니라 뮤조Qb에서.



오랜만에 보는 그녀가 반가운 마음보다도 새삼 뮤조Qb가 기특해 보였는데, 그건 이 작은 뮤조Qb가 카페 공간을 기분 좋게 채워주고 있어서였다.

나도 그녀도 인사도 없이 한동안 뮤조Qb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그녀가 그제야 나를 보았다. 나도 그제야 그녀를 보았다.



‘줬다 뺐나, 치사하게.’
‘빌려준 거야. 옷이나 가져가.’

카페에 음악이 끊겼다. 그러자 무슨 말을 더 하기가 머쓱해졌다. 그 정적의 순간 카페 직원이 우리에게 왔다.

‘저, 그걸로 음악 좀 더 틀어주실 수 있어요?’
‘네?’

‘아니, 그 조그만 스피커가 소리가 좋네요. 두 분 말씀하시는 동안 제가 저쪽에다 좀 갖다 놓고 잠깐 틀어봐도 될까요?’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뮤조Qb를 번쩍 들고 일어섰다.

‘그러세요. 제가 이거 콘트롤하는 전용 어플 깔아드릴게요. 완전 쉬워요.’

그녀와 카페 직원이 아이패드에 어플을 깔고 있는 동안 카페에 있던 손님 한, 두 명이 와서 ‘그게 무슨 스피커냐’ 며 다가왔다.



내 (헤어진)여자친구는 그 손님들에게 ‘이 조그만 거 안에 스피커가 다섯 개나 있거든요. 앰프도 있고. 네임이라고 아주 비싼 벤틀리 자동차에 들어가는 카오디오 만드는 회사 건데요.’ 라며 침을 튀겨가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뭐가 저리 좋을까? 뭐가 저리 신날까? 지금 우리의 상황에 맞지 않는, 오랜만에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정이 들었구나. 뮤조Qb에.'



그런 그녀를 두고 카페를 나섰다. 뮤조Qb도 두고 카페를 나왔다. 우리의 거래 날짜를 미뤘던 건 다른 스피커를 찾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겠지. 집에 있으면 종일 음악을 듣고 라디오를 듣던 그녀였으니까. 노트북으로 연결해 영화도 봐야 했으니까. 이런저런 스피커를 알아보고 그 중에 몇 개는 사서 들어도 보고 빌려서도 들어봤겠지. 뭐 하나 마음에 안 찼겠지.

집에 가는 길에 휴즈를 하나 샀다. 오랫동안 방치 되어있던 앰프가 휴즈가 나간 것이기를 바라면서….. 다른 고장이라면 나는 30 킬로그램이 넘는 그 쇳덩이를 들고 용산의 수리점으로 가야 하겠지. 생각만해도 허리가 욱신거린다.

아무래도 조만간 두 번째 뮤조Qb를 사게 될 것 같다. 우리 집 벽지 색깔이랑 맞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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