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없고 밸런스 좋은 소리를 원한다면

원래 필자가 추천하고자 했던 조합은 정확히 말해 이 조합이 아니다. LS3/5a 15Ω(메이커에 상관없이)과 네임 Nait 1 혹은 Nait 2에 레가 Planet이었는데, 이것들은 모두 현재 생산되지 않은 모델들이므로 현재 신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준으로 모델명을 바꾼 것이다. 소리의 경향은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바꾼 것이긴 하지만 Nait 5i와 Nait 1이나 Nait 2는 명백히 소릿결이 다르므로 가능하다면 이 조합에서 Nait 1이나 2를 추천한다.

LS3/5a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오디오 잡지를 통해 필자의 의견을 피력한 바 있고, 이제는 많은 분들이 LS3/5a에 대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새삼스럽게 그 매력에 대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소 어둡고 찹찹하면서도 고역의 쌉싸름한 맛은 그 어떤 다른 스피커에서도 대안을 찾기 힘든 부분이고, LS3/5a를 가장 잘 울리는 법은 이 부분을 좀더 강조하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이루어가는 것인데, 사실 인티앰프 한 대로 만족스러운 소리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 중에서도 네임 오디오의 제품이 그나마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들어 주는데, 2~3배 고가의 인티앰프나 분리형 앰프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소리다. 특히 추천할 만한 것은 구형 스펜더 15Ω과 Nait 1의 조합이다. Nait 1은 그 이후의 개량형에 비해 고역이 좀더 두껍고 중역이 살짝 부풀어져 있고, 대역이 약간 좁은 편이라 높은 고역 쪽에 신경질적인 소리가 포함되어 있는 LS3/5a에 잘 맞을 뿐더러 LS3/5a의 가장 큰 매력인 찹찹한 낮은 중역의 소리를 더 두툼하고 밸런스를 아래로 내려 내력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Nait 시리즈는 뒤로 갈수록 소리가 가볍고 경쾌해지며 다이내믹은 조금씩 좋아지므로 Nait 5i를 사용한다고 했을 경우는 하베스나 로저스, 스털링, KEF 등의 LS3/5a보다는 스펜더(다른 기종보다 고역이 1.5dB 감쇄되어 있다) LS3/5a를 사용하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소스 기기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가격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레가 Planet이다. 현재 중고로 50만원 전후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인데, 해상력과 저역의 임팩트가 다소 부족하고, 스케일도 작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음악의 맛을 살려주는, 상당한 실력기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물론 팝이나 재즈를 듣기에는 열기나 다이내믹스가 상당히 부족할 수 있겠지만 클래식, 그것도 필자와 같이 고악과 실내악 위주의 청취자라면 이 가격대에서 정말 대안이 없다. Planet 2000이라는 업 버전이 출시되었고, 그 상위 라인업인 주피터가 나와 있는데, 모두 들어본 결과 돈만큼의 소리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이 부분 또한 필자가 레가 사를 좋아하는 이유다). 이 가격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멋진 디자인 또한 매력인데, 작은 스태빌라이저가 붙어 있는 탑로딩 방식은 음악을 듣는 재미를 배가해주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이것은 마치 아날로그를 들을 때 애호가들이 행하는 의식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필자가 잠시 외국 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바로 이 조합으로 음악생활을 했으며, 오히려 이 시기에 잘못 울려줄 것 같은 대편성을 더 집중적으로 들었던 기억이 있다. LS3/5a가 절대 음량은 작지만 마이크로적인 다이내믹스가 아주 우수하여 근거리 시청에서 볼륨을 적당히 올리면 확실한 미니어처 음장이 눈앞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조합으로 음악을 가장 맛있게 듣는 방법은 소위 책상 세팅을 하는 것이다. 현재 필자의 사무실에서도 CD 플레이어만 메리디언 206 델타-시그마로 바꿔 사용하고 있는 조합이기도 하다. 책상의 양쪽 가장자리에 블랙 다이아몬드 레이싱 콘 같은 아이솔레이션 도구로 진동을 차단한 대리석을 놓고 그 위에 LS3/5a를 세팅한다. 양 스피커 간의 간격은 70cm~1m 정도로 잡는 것이 좋으며, 스피커에서 리스너까지 거리도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세팅하는 것이 가장 좋다. LS3/5a 위는 다시 무거운 것으로 눌러서 진동을 확실히 잡아줘야 하는데, 필자의 경우 LS3/5a의 상판과 동일한 크기의 두께 10cm 대리석을 구입하여 눌러 놓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인인데, 토인은 상당히 안쪽으로 주어 실제 청취위치에서 스피커의 바깥쪽이 살짝 보이는 위치까지 준다. 이렇게 하면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가 청취자의 눈 앞 20cm 정도 위치에서 교차하게 될 것이다. 이 상태에서 스피커 케이블을 아주 짧게(50cm 안팎으로) 하여 중앙에 Nait 인티앰프와 CD 플레이어를 세팅하면 정말 멋진 사무실 혹은 공부방 오디오가 완성된다. 필자는 오디오랩 8000T 튜너를 추가했으며 스피커 케이블이 짧기 때문에 그 영향이 비교적 적은데, 값이 그리 비싸지 않은 킴버 8TC를 더블런(싱글 와이어링이지만 더블로 구성했다)으로 하고, 인터커넥터는 DIN 단자와 RCA 단자를 연결해야 하므로 좋은 선재로 자작했다.



이 조합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오디오를 의식하지 않게 되는 의연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다음 장점은, 그런 의연함 중에서도 오디오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좋은 소리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근무시간이 평균 18시간을 넘어가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집에 가서 거창한 메인 시스템으로 음악 감상을 하는 것은 1주일에 한두 시간뿐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 있다보니 자연 책상 세팅을 잘 해서 점심시간, 저녁식사시간, 야간작업 시 항상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고, 여러 가지 실험 결과 극단적인 니어필드 리스닝이 가능한 스피커로 몇 가지 대안을 찾게 되었는데, 그 중 LS3/5a가 가장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참고로 책상세팅에서 LS3/5a와 거의 비슷한 실력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에포스 11과 프로악 타블렛 3이 있다. Nait 시리즈와 결이 조금 다르지만 쓸 만한 인티앰프로 오디오랩 8000a와 AMC 3030, 캘빈랩 클래스A가 있는데, 현재 이 기종 모두 단종된 것으로 안다. CD 플레이어는 마란츠 63SE에 L-Clock을 장착하고 아날로그 출력단의 콘덴서를 오리캡 정도로 바꾸면 100만원대 미만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로 음질이 향상될 것이다(물론 쉽지 않는 작업이긴 하다).



이 조합은 오디오를 처음 시작하는 비기너에게는 조금 벅찬 조합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조합이 주는 최대 매력은 앞서 얘기했듯이 늘 자극 없고 밸런스 고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인데, 비기너에게 자극 없고 밸런스 좋은 소리라는 것은 결국 재미없고 밋밋한 소리로 쉽게 인식되기 때문이고, 음악을 늘 들을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것도 오디오를 처음 시작한 분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작고 고성능인 스피커들은 많으나 이런 작은 스피커들이 모두 니어필드 리스닝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소형이면서도 제법 넓은 공간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스피커는 ATC SCM10, SCM20, 하베스 LS5/12a, 린필드 300L, AE1/R, 엘락 등이다. 그 중 ATC SCM10은 스피커에서 리스너까지 거리가 1.5m는 되어야 저역의 밸런스가 비로소 잡히지만 조금 큰 회장님 책상을 가지신 분이라면 적극 책상 세팅을 권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소리를 내어 준다. 물론 Nait 시리즈의 인티앰프로는 꿈쩍도 하지 않지만.

♠BBC LS3/5a 스피커
· 구성 : 2웨이 2스피커
· 인클로저 : 밀폐형
· 사용 유닛 : 우퍼 KEF B110, 트위터 KEF T27
· 재생주파수 대역 : 90Hz-20kHz
· 크로스오버 주파수 : 3.5kHz
· 출력음압레벨 : 82.5dB/W/m
· 임피던스 : 11Ω
· 파워 핸들링 : 40W
· 크기(WHD) / 무게 : 19x30.5x16.5cm / 4.9kg

♠Naim Nait 5i 인티앰프
· 수입원：디오플러스 (031)911-5381
· 실효출력：50W(8Ω)
· 접속단자：아날로그 입력단자 4계통
· 입력감도：225mV, 20㏀
· 출력레벨：225mV, 100Ω
· 크기(WHD)：43.2x7x30.1cm

♠Rega Planet 2000 CD 플레이어
· 수입원 : 한오디오 (02)355-2176
· 메커니즘 : 소니 메커니즘
· D/A컨버터 : 레가 24비트 시그마 델타 IC40
· 아날로그 출력 : 언밸런스 1계통
· 디지털 출력 : RCA 1계통, Toslink 1계통
· 크기(WHD) : 43.5x10x27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