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합 역시 필자의 추천조합과 일치하지 않는다. 현재 생산되는 기종 중심으로 기술하라는 편집부의 압력으로 하베스 Compact 대신 Compact 7ES, 코플랜드 288 대신 823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명백히 이 기종들은 필자가 선호하는 구형 모델의 계보를 잇는 것들이며 그 소릿결을 그대로 계승, 개량한 제품들이므로 독자분들의 취향은 이들 신제품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필자와 하베스의 인연은 역시 LS3/5a 때문이다. 필자가 LS3/5a에 미쳐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때 한 외국 사이트에 시중에 출시된 모든 종류의 LS3/5a를 비교 시청한 리포트를 보게 되었는데, 근소하게나마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싱글 와이어링의 구형 하베스 LS3/5a였다. 하베스의 LS3/5a는 로저스 기준으로 고역을 1.5dB 높여 놓은 덕에 고역이 화려하고 더 해상력이 있는 듯하게 들리지만 다소 가볍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리포트를 보고 어렵사리 구형 싱글 와이어링의 하베스 LS3/5a를 구해 들어보았다. 역시 명불허전이라 당시 필자가 가지고 있던 로저스, 굿맨, 차트웰의 15Ω짜리들보다 조금 나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래도 필자의 취향은 어두침침하고 두툼한 소리라 필자는 스펜더 15Ω을 더 중용하게 된다. 그러나 하베스의 실력을 인정하기에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으며 그 후 하베스 도약의 계기가 된 HL Monitor MK4를 사용하게 되고, 그 후속기로 세간에 많은 화제를 뿌렸던 하베스 Compact를 서브로 맞이하게 되었다. 컴팩트는 스피커의 귀재(필자도 필 존스와 함께 그렇게 믿고 있다) 앨런 쇼의 희대 역작으로 많은 부분이 개량된 후속기 Compact 7이 나왔지만 그 후속기가 가지고 있지 않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일반적인 스피커 상식을 뒤집는 많은 획기적인 신기술이 적용되었는데, 둔탁한 재질의 래이디얼 콘 우퍼, 통울림이 심한 얇은 MDF 소재의 인클로저, 트위터의 높은 음압을 줄이기 위한 수많은 작은 저항의 병렬연결 등은 이제껏 비슷한 부류의 멋진 스피커들, 이를테면 로저스 Studio 1(Studio 1a, Studio 7), 스펜더 BC-1(BC-2, SP-1, SP1/2)이 추구해온 소리의 완성본을 보는 듯했다. 넉넉한 중역의 울림으로 쿼드 ESL57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홀톤, 넓은 공간을 채우기에 부족하지 않은 저역의 양감, 볼륨을 제법 올려도 촐싹대지 않는 점잖은 고역 등은 당시 가장 귀족적인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로 자리매김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지금 들어 봐도 일급의 퀄러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기가 그렇듯이 약점은 있는 법이다. 해상력의 부족과 다이내믹의 부족은 발매 당시부터 지적되어 온 Compact의 약점인데, 해상력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고역의 화려하고 쭉 뻗는 앰프를 매칭하면 그 품위가 사라지고, 다이내믹을 해결하기 위해 대출력을 걸면 통울림 소리가 도를 지나쳐 귀를 거슬리게 되어 사실 진퇴양난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교묘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고역까지 섬세하게 뻗으면서도 안으로 감기는 소리를 가진, 앰프+출력이 높지 않으나 댐핑이 크고 스피드가 빠른 앰프가 필요하다. 이런 앰프들은 물론 가격대가 상상을 초월해 현실성이 없다. 당장 떠오르는 고급 앰프로는 코드의 파워 앰프, 골드문트 미메시스 3, 스펙트럴 DMA-80 같은 제품들이다. 그런데 최근 필자가 오디오 지에 계속 리뷰를 해오면서 적당한 크기와 가격에 이 조건에 딱 맞는 적임자를 하나 물색했는데 그게 바로 AVI S21 MI 인티앰프다. 이 앰프를 시청할 당시 필자는 하베스 Monitor 30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Monitor 30이 Compact 시리즈에 비해 스피드가 다소 빠르고 다이내믹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집안 혈통이라 그 맥은 공통점이 많은데, 약간 스피드가 빠르고 조금 밝다는 느낌 외에 별다른 흠을 잡기 힘들었다. 바꾸어 얘기하면 Compact면 더도 덜도 말고 딱 밸런스가 좋을 것이라는 추측이 쉽게 가능하다.

AVI 제품은 원래 영국에서는 ATC 제품에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ATC SCM200과 같이 멀티앰핑이 필요한 대형기를 자유자재로 드라이브하면서도 고품위의 소리를 잃지 않는 실력기다. AVI가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인티앰프 발매하면서 서서히 한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아주 충실한 전원부와 프로의 정신이 엿보이는 배선 등은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제품으로 보이며, 그 소리 또한 필자가 들어본 모든 인티앰프 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다가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현실성 있는 가격이다. 잘 만들어진 목재 스탠드(하베스의 모든 제품은 반드시 탄탄한 목재 스탠드에 올려놓기를 권장한다)에 Compact를 뒷벽에서 널찍이 거리를 두어 세팅하면(컴팩트는 반드시 뒷벽과의 거리가 필요하다. 뒷벽에 가까이 갈수록 저역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소리가 탁해지기 때문이다) 성악이나 실내악을 듣기에 더 이상의 시스템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한편 이번 기사에서 필자가 추천한 코플랜드 CD 플레이어 823은 사실 들어본 적이 없다. 필자는 과거 모델인 288을 애용했었고 그 후속기인 289도 잠시 사용해 본 적이 있으며 최근 슬림한 형태로 출시된 822도 리뷰한 적이 있다. 288은 갈수록 얇아지는 디자인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주 두꺼운 몸체에 마치 앰프같이 회전 노브를 좌우 2개 장착한 탱크 같은 인상인데, 티악의 VRDS를 채용해 더욱 신뢰가 가는 제품이다. 선이 굵으면서도 번지지 않는 소리 또한 인상적인데 그 후속기인 289는 소니의 메커니즘을 채용하면서 소릿결도 조금 가늘고 섬세한 쪽으로 바뀌어서 그리 호감이 가지 않았다. 그 후 좌우측 노브를 떼어 내고 정상적인 CD 플레이어의 모습(?)으로 개량된 822는 얇아진 섀시 때문인지 그리 좋은 소리를 내주지 못할 것 같은 선입견이 강했는데, 필자의 이러한 선입견은 일청으로 여지없이 깨지게 되었다. 288이 가진 튼실한 토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높은 해상력과 음악성이라는 어려운 두 마리의 토끼를 아주 훌륭하게 잡고 있었다. 이 가격대의 CD 플레이어를 구입하려는 애호가들에게 주저 없이 추천할 수 있었던 제품으로 이제 822을 소폭 개량한 후속기로 823이란 모델이 출시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이 조합은 필자가 직접 체험하지 못한 조합이므로 자신 있게 추천하기에 2% 부족하지만, 필자의 그간 오디오 경험으로 볼 때 99% 성공 예감이 드는 확실한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500만원 미만의 예산으로 실내악을 중심으로 한 클래식을 이보다 더 잘 울릴 수 있는 조합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다만 개인 취향에 따라 AVI S21 MI보다 프라이메어나 자디스의 인티앰프들이 더 음악적일 수 있겠으나 이 조합에서 프라이메어나 자디스 류가 들어가는 것은 음악성 과잉이다.

♥ Harbeth Compact 7ES 스피커
· 수입원 : 젠오디오 (02)3465-0766
· 구성 : 2웨이 2스피커
· 재생주파수 대역 : 46Hz-20kHz(±3dB)
· 입력 임피던스 : 6~8dB
· 파워 핸들링 : 150W
· 크기(WHD) : 27.3x52x31.5cm
· 무게 : 13.2kg

♥ AVI S21 MI 인티앰프
· 수입원 : 소리샵 (02)3272-8584
· 출력 : 175W(8Ω), 300W(4Ω)
· 입력 임피던스 : 14㏀
· 입력 감도 : 530mV
· 크기(WHD) : 31.5x9.5x35cm
· 무게 : 12.8kg

♥ Copland CDA823 CD 플레이어
· 수입원 : 성민음향 (02)3492-2586
· D/A 컨버터：24비트 듀얼 디퍼런셜
· 주파수 응답：20Hz-20kHz(±0.1dB)
· S/N비：100dB 이상
· THD：0.01% 이하
· 크기(WHD)：43x12x39cm
· 무게：8kg